주안에서 사랑하는 형제 자매들께


안녕하세요?
그 동안 별일 없으셨는지요?
이곳은 요즘 많이 더워졌는데, 계시는 곳은 어떠신지요?
무더위 속에서도 우리 주님의 보호하심으로 모두들 강건하시길 기원합니다.

저희는 우리 주님의 은혜 가운데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저희의 근황들 중, 먼저
집 문제에 대하여 말씀 드리겠습니다.  아마도 지난 편지에서 집 주인이 집을
팔려고 내놨다는 말씀을 드렸던 것을 기억하실 것입니다.  그 후 수 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집을 보러 오는 통에  한동안 적지 않은 곤욕을 치렀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주인한테서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주인은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어, 저희에게 이 년 정도 더 세를 주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왔습니다.
부동산업자에게 물어보니 집을 비싸게 내놔서 거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습니다. 그날 밤 저희는 한 시름 덜었다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크게
내쉬었습니다. 그런데 그 뒤로 삼 일 후 갑자기 주인에게서 또 다시 전화가
왔습니다. 주인은 다짜고짜 집을 팔았으니 두 주안에 방을 빼라고 통보해왔습니다. 불과 삼일 만에 말을 뒤바꾸는 집 주인의 황당한 태도는 둘째치고, 당장
두 주 안에 나가라는 말이 어이가 없어 항변을 했더니 집 주인은 "다 끝났으니
더 이상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는 한 마디만 남긴 채 전화를 확 끊어버렸습니다.
법적 대응도 생각해보았지만, 무조건 자국민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것이
이 나라의 관행이라는 주변 분들의 말씀을 듣고는, 체념하고 이사할 준비를
서둘렀습니다.

하지만 중앙 아시아에서 물가가 가장 높기로 유명한 이웃나라 카자스탄의
영향을 받아 집세가 연일 올라가고 있는 이곳 상황에서 두 주안에서 적절한
거처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한 번은 저희가 작년부터 내왔던 집세 수준에
맞춰 집을 보러 갔다가 유리창이 다 깨져 있고, 군데군데 곰팡이가 쓴 벽지가
너덜거리며, 벽에 여러 군데 금이 가있는 허름한 아파트를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그 날 아내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는데, 그런 아내를 보는 제 마음도 많이
아팠습니다. 이런 저희를 궁휼히 여기시고, 또 여러분의 기도를 신실하게
응답해 주시는 우리 주님은 이번에도 놀랍고 기이한 방법으로 저희에게 은혜를
베푸셨습니다.  집을 비워야 하는 날짜가 바짝 다가온 어느 날, 신학교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안타까운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이 나라 국가안전기획부에서
신학교 학장으로 다년간 귀하게 사역해오셨던 뉴질랜드 선교사님에게 일종의
추방명령을 내려, 그 선교사님 가족이 며칠 내로 급작스럽게 출국하셔야 한다는
가슴 아픈 소식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소식을 제게 전해주신 분이 저희의 집
문제에 관하여 아시는 터라, 불현듯 학장님이 세 들어 사시던 집으로 이사를
가면 어떠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공교롭게도 때 마침 학장님이 저희 옆을
지나가시기에 여쭤보았더니 그 착잡하고 어려우신 상황 속에서도 환한 미소를
띠시며 너무 잘 되었다며 자기 주인에게 그 날 당장 연락을 해주겠다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 후 이틀만에 집주인을 만나 구두계약을 했는데, 집주인은 지난
사 년간 학장님 가족을 알아왔는데 그처럼 좋은 분들이 소개해주는 사람들이니
믿고 계약을 하겠다며 시세의 절반이 조금 넘는 기적적인 가격으로 저희가
이사 오는 것을 허락해주었습니다. 할렐루야!

(사실 고백드릴 내용이 있는데, 새로 이사하게 된 집이 저희에게는 좀 과분한
측면들이 있어 계약 전, 마음에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망설였습니다. 저희가
이 땅에 와서 이 번이 네번째 집인데 이 집은 그 중 가장 좋은 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방이 세 개나 있습니다.).  고국에서 일반적으로 크고 넓은 집에서
사시다 이곳에 오신 서양 선교사님들의 관점에서 보면 보통 이하의 수준인
집일 수 있지만, 어렵게 생활하시며 저희를 돕는 성도님들을 생각할 때
그리고 어려운 현지인들을 고려할 땐 마음이 다소 무거워지는 집이라 고민과
기도를 적지않게 했습니다. 부족하나마 조심스럽게 내린 결론은 며칠 내로
집을 비워야 하는 대안이 없는 적박한 상황에서, 저희가 의도하지 않은 가운데
극적으로 인도되어진 집이기에 주님께서 원하시는 거처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또한 마음에 짐이 되는 부분은, 이 집을 통해 현지인들을 더 많이
섬기게 되기를 기도하며, 주님 앞에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혹 저희의 결정을
들으시고 심령에 어려움을 느끼시는 분들은 서슴지 마시고 지도와 편달의
말씀을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나누고 싶은 소식은 저희의 언어시험에 관한 것입니다. 시험 당일
저희는. 특히 저는 여려분의 기도의 능력을 절실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의 실력을 평가하는 현지인 선생님은 성격이 꼼꼼하고 정확한 것으로
평판이 나있는 분인데, 저희와의 한 시간 가량의 인터뷰 내옹을 모두
녹음하셨습니다. 그리곤 집에 돌아가신 후 인터뷰 내용을 검사항목에 따라
철저히 분석 평가한 후 최종 점수를 저희 팀 리더에게 전해주었습니다.
예상대로 합격을 했습니다. 제 경우 놀라운 것은 인터뷰하는 삼십 분 내내
주님의 붙드심 가운데 조금의 막힘도 없이 모든 질문에 넉넉히 답변할 수
있었습니다(아내 말로는 제가 평소보다 러시아어를 더 잘 하더랍니다).
다시 한 번 기도해주심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제 글을 마무리 지으며 기도제목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첫째로 하나의 교육을
위해 기도 부탁 드리겠습니다. 참 감사하게도 하나가 유치원에 잘 적응하여
러시아식 교육을 잘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글교육부분에서 취약함이
계속해서 발견됩니다. 이 부분을 메우기 위해 아내와 제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다소 역부족인지라 주님의 도우심이 절실한 실정입니다. 위해서 기도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더불어 하나가 영육간에 건강히 잘 자랄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로 아내와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이제 올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사역에 돌입하게 될 텐데(아내는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센터사역:
저는 신학교사역) 주님께서 지혜와 능력을 주셔서 올 여름 잘 준비하고 사역에
힘있게 임할 수 있도록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다시 한번 보내주시는 성원과 기도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부족한 글을 이만 줄이겠습니다.

김정진,서지현,하나 올림